1박2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 대한 뒷말이 무성하다. 시진핑 시대의 대국굴기(大國崛起)는 이제 끝이 아니라 시작임을 알려주는 데 방점을 찍고 있어서다.
국가적 이념 논쟁과 정치적 체제(體制) 유지에 잎서 경제적 이익부터 챙기려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실리외교에 대한 내용의 백미는 원-위안화 직거래시장 개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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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중국과의 교역에서 대만 다음으로 많은 무역흑자(2013년 한 해 동안만 919억 달러)을 내고 있는 국가다. 중국으로 가는 수출품의 가격을 더 높게 받기 위해서는 달러화보다는 위안화 결제 비중을 높여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중소기업들은 달러화보다는 위안화로 결제를 해주기를 바라고 있다는 현실적 금융체계를 선호하고 있다.
이를 이번 한중 정상은 원-위안화 직거래시장 개설을 통해 더 많은 무역실적의 길을 뚫은 셈이다.
그래서 시진핑 주석과 함께 서울을 찾는 뉴시밍 중국 교통은행장은 표정관리 대신 미소로 만 일관했다. 한중 위안화 허브의 결제은행은 함께 서울에 온 덴귀리 중국은행장 대신 교통은행이 선정되었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에서, 같은 정치논리에서 3등분 국가위기에 몰린 이라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는 최근 아부다비에 사무실을 개설하였다.
이유로는 영국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시티 구단주인 만수르 왕자와 절친한 사이다. 다른 이유는 아부다비국부펀드 가운데 하나인 무바달라의 고문으로도 활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두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블레어 측근의 말을 인용해 “블레어는 중동지역에서 자신의 이름 딴 TBA를 위해 더 많은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1997년 블레어가 영국 총리에 올라 10년간 재직한 공로로 중동특사로 임명하였지만 아무런 역할과 별다른 성과는 없었다.
이를 의식한 가운데 이번 아부다비에 둥지를 뜬 블레어의 명분론으로는 런던 금융산업의 진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바로 영국 정부가 이룩한 위안화 직거래에 이어 이슬람 금융을 대표하는 수쿠크 허브까지 노리고 있음이 알려지면서부터 그의 근황이 드러났다.
쇠퇴하던 런던 금융가가 이 같은 국제 금융의 질서에 따라 부활의 계기를 마련하려는 기화와 장소를 중동지역 도시국가 아부다비를 택한 진짜 이유다.
분명 여기에는 지난달 26일 FT가 전한 대로 런던 금융가는 2억 파운드(약 3400억 원) 규모의 수쿠크를 5년 만기로 발행했다. 금리는 2.036%로. 결과는 완판(完販)이었다.
통상 수쿠크로 조달된 자금은 실물자산에 투자해 그 수익을 배당형식으로 지급한다. 이슬람 금융이 이자 지급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준수할 의무가 있다.
2억 파운드 채권은 대부분 영국 투자자에게 팔려나갔고 그 중 일부는 중동 갑부가 가져갔다고 한다.
FT는 “이번 발행 성공으로 민간 또는 다른 유럽국가에서도 수쿠크에 대한 투자가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 대목에서 <아부다비 통신>의 지적과 주문은 시작된다. 한마디로 시진핑 주석의 위안화 직거래 시장 개설에 따른 후렴으로 한국 정부의 수쿠크 허브로의 동참을 주문하고 싶다.
런던 금융가는 아부다비에 둥지를 튼 블레어를 통해 쇠퇴한 런던 금융가를 화려하게 부활시키려는 데 그의 중동 인맥동원을 국가적 자산으로 간주함이 예사롭지 않다.
그렇다면 이를 한국 정부는 벤치마킹할만한 대의명분이 생긴 셈이다. 그 동안 위안화 결제는 대부분 홍콩을 거치면서 높은 수수료(1백만 원에 대한 부담 비율은 약 3만 원)가 극소이거나 아예 없어지는 경제효과가 발생하게 된다.
차제에 한국 금융당국은 런던 금융가처럼 수쿠크 허부까지 기대하는 정책적 결정에 따른 학습효과를 넘어 실천력을 보어야 할 때가 바로 지금이라는 판단이 앞섰기 때문이다.
우선 블룸버그 통신이 전한 대로 지난해 전 세계 수쿠크 발행액이 물경 1200억 달러에 달하고 있음이 매우 매력적이다.
이와 관련해 조지 오즈번 영국 재무장관은 “런던을 이슬람 채권 거래의 중심지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면서 “이를 통해 일자리가 창출되고 투자가 유발되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대서특필했다.
반면 믿고 싶지는 않지만 한국 시중은행들의 각종 지표를 자세하게 살펴보면 수익성이 급락하고 있다. 런던 금융가는 수쿠크 채권 발행을 통해 국부확보로 승승장구하는 것과 매우 대조적이다.
지금처럼 저금리 시대로 접어들면서 이자수익의 의존 한계가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에 다변화와 차별화에 대한 준비는 선택이 아니라 의무에 가깝다.
하긴 지난해 글로벌 1000대 은행들의 국가별 순이익 합계에서 1위 중국은 2925억 달러였고, 2위 미국은 1832억 달러를 기록했다. 반면 한국은 25위로 63억 달러에 그쳐 정말로 초라한 성적표를 면치 못했다.
오직하면 외국 언론 매체마저 한국 시중 은행의 은행 정책을 두고 ‘나 홀로 역주행(逆走行)’이라고 평가절하를 했을까.
도움말로는 이슬람 금융을 이용하여 나 홀로 승승장구하고 있는 말레이시아의 금융 발전은 이제 금융교과서의 모범답안으로 간주되고 있다.
실제로 말레이시아 국부펀드인 카자나(Khazanah National Berhad)는 이슬람 특유의 보험 상품 ‘타카풀’을 출시하여 대박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카자나는 이슬람 금융 질서에 맞게 보험 상품을 각색하여 그들의 니즈를 채우고 있다. 타카풀은 책임분담과 공동이익, 그리고 상호연대를 포함해서 이자 등 수익목적이 아니라 상호부조의 원측에 따라 이슬람 율법(시리아)에 적합하도록 설계된 보험 상품이다.
따라서 앞이 보이지 않는 한국 시중은행은 런던 금융가처럼 위안화 결제 시스템 출발과 함께 이슬람 금융과의 밀월을 생각할 때가 바로 지금이 아닌가 싶다.
이를 위해 한국 국회는 ‘이슬람 금융 = 테러 자금’이라는 공식에서 벗어나 이를 적극 도입하는 열린 자세부터 보여야 될 것이다.
이를 제안하기 위해 나는 아부다비에 둥지를 뜬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의 최근 행보를 자세하게 소개한 진짜 이유도 겸한다. adimo@hanmail.net
*필자/임은모, 교수. 글로벌 칼럼니스트.